그렇다.
나는 어느 날 문득 긴 여행을 떠나고 싶었던 것이다.
그것은 여행을 떠날 이유로는 이상적이었다고 생각된다.
간단하면서도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.
그리고 어떤 일도 일반화 하지는 않았다.
어느 날 아침 눈을 뜨고 귀를 기울여 들여다보니
어디선가 멀리서 북소리가 들려왔다.
아득히 먼 곳에서, 아득히 먼 시간 속에서
그 북소리는 울려 왔다.
아주 가냘프게,
그리고 그 소리를 듣고 있는 동안,
나는 왠지 긴 여행을 떠나야만 할 것 같은
생각이 들었다.
나이를 먹는 것은 그다지 두렵지 않았다.
나이를 먹는 것은 내 책임이 아니다.
누구나 나이는 먹는다.
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.
내가 두려웠던 것은 어느 한 시기에 달성해야 할 무엇인가를
달성하지 않은 채로 세월을 헛되이 보내는 것이다.
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다.
- 먼 북소리, 무라카미 하루키